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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한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지역 중심의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하며 노인 돌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라는 모델을 통해 의료와 복지, 주거, 돌봄, 예방 서비스를 통합한 돌봄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의 통합 돌봄 시스템의 핵심 사례와 구조, 제도화를 중심으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교훈을 살펴봅니다.
주요 사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실제 운영
일본의 통합 돌봄 대표 모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입니다. 이 시스템은 201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개념으로, 노인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건강하게 삶을 마칠 수 있도록 의료, 간병, 예방, 생활지원, 주거 등 5대 요소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의 세타가야 구에서는 주민센터와 의료기관, 복지시설이 연계된 ‘지역지원종합센터’를 설치하여, 고령자 개인의 건강 상태 및 생활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합니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케어매니저 등이 팀을 구성해 주 1회 이상 다학제 회의를 통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간병이 필요한 경우 ‘재택의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방문 진료를 실시하며, 동시에 간병인, 영양사, 물리치료사도 협력하여 지역 내에서 모든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돌봄 공백을 줄이고, 병원 재입원률 감소, 고독사 예방, 의료비 절감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스템 구조: 지역 중심, 다직종 연계의 핵심
일본 통합 돌봄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단위 운영'과 '다직종 협업 체계'입니다. 전국 1,700여 개 기초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게 통합 돌봄 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합니다.
- 지역지원종합센터 설치: 기초지자체마다 설치된 센터가 고령자 상태를 종합 평가하고, 의료·복지 자원을 연결함
- 케어매니저 제도: 노인 한 사람당 1명의 전담 케어매니저가 배정되어, 서비스 계획 수립과 조정, 평가를 담당
- 다직종 협업 회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지역 자원봉사자 등이 주기적으로 회의하여 서비스 통합 및 문제 해결
- 재택 중심의 서비스 제공: 병원이나 시설 중심이 아닌, ‘집에서 살며 받는 서비스’를 원칙으로 설계
특히 일본은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해 재택의료 데이터, 요양 기록, 복지 정보 등을 공유하고,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연계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제도화의 과정과 성과: 법적 기반과 재정 안정성
일본은 통합 돌봄을 제도화하기 위해 2000년 ‘개호보험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지역포괄케어법’, ‘사회복지종합확충계획’ 등 다양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분명히 하며,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개호보험은 40세 이상 전 국민이 납부하는 사회보험이며, 이를 통해 필요한 간병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재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개인부담이 5:4:1의 구조로 운영되어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고령자 수요 증가를 예상해 ▲재택의료 확충 ▲ICT 돌봄 시스템 개발 ▲민간참여 확대를 3대 정책 축으로 추진하며, 매년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와 같은 모델을 참고하여 장기요양보험과 지역복지사업의 연계를 강화하고, 통합 서비스에 대한 법적 명확성과 예산 구조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통합 돌봄 모델은 ‘지역 기반-다직종 협업-제도적 기반’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에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특히 재택 중심 서비스, 케어매니저 시스템, 통합정보 연계 등은 현재 한국의 복지 시스템이 갖고 있는 단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제 한국도 제도화와 실행력을 강화하여, 국민 누구나 자신의 동네에서 노후를 안전하고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